22. 급류
급류, 정대건 지음.
계곡에서 급류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
친구가 보내준 “출판사 민음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도서” 숏츠에 나온 책들 중 하나여서 눈여겨봤는데,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고 새벽 늦게까지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급류에 빠져들 듯 순식간에 빠져든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드라마 <선재업고튀어>의 주인공 김혜윤 배우와 변우석 배우가 연상되었다.
같은 상처에 대해 도담과 해솔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자로서 둘의 모습 모두 이해가 됐다. 하지만 같은 상처를 겪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완전한 의지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로에게 죄책감과 강박을 느끼고 회피하기만 하며 관계가 틀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진정한 화해와 이해, 용서가 필요함을 느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인상깊거나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개인적으로 언젠간 나도 이런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극 중 등장인물은 존재 이유가 명확하잖아. 그래서 나는 이야기가 좋아.“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도담은 감정에 솔직하다는 핑계로 대책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을 경계했다. 자신의 수영 실력도 모른 채, 구명조끼도 없이 수심도 파고도 모르는 물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 같았다. 그 결과를 도담은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 때 생각했어. 누군가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 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